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,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공급망 차질, 기상 악화가 초래한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를 덮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더 커지고 더 많은 국가로 번지고 있다.
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, 소비자물가를 공식 집계하는 120개 국가 가운데 91개 국가의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% 이상 급등했다.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이 5%를 넘어서는 나라는 36개에 불과했고, 대부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신흥국과 저개발국이었다. 하지만 올 들어서는 미국·프랑스·독일 등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들로 인플레이션이 옮겨붙었다.
‘선진국 클럽’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 38개 회원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9.2%로 1998년 9월(9.3%) 이후 가장 높았다. G7(주요 7국) 회원국 중 일본을 제외한 6개 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석유 파동과 걸프전이 휩쓴 1980년대~1990년대 초 이후 최고치로 치솟아 있다.
미국은 5월 물가 상승률이 8.6%로 40여 년 만의 최고치였던 지난 3월(8.5%)보다 더 치솟았다. 다소 누그러진 4월(8.3%)의 물가 상승률을 근거로 “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”고 했던 낙관론이 빗나가면서 금융 시장까지 충격을 받았다. 영국의 물가는 40여 년 만에, 프랑스는 약 37년 만에 최고치다. 독일도 1990년 동·서독 통일 이후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.
수십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물가 폭등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생계비를 줄이고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부업에 나서는 등 일상에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.
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한 미국에선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 앞에 긴 차량 줄이 늘어서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. 밀가루, 오렌지주스 가격이 30~40%씩 급등하는 등 식료품 가격이 치솟은 프랑스 대도시에선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‘땡처리 할인 상품’을 손에 넣으려는 이들이 마트마다 긴 줄을 선다.
한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.4% 올라 약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.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 오후 기준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1L당 평균 2069원으로 전날보다 4원 오르며 이틀 연속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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